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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WHO는 에볼라 바이러스 국제 긴급사태 선포, DR콩고 장관은 사임…왜 이렇게까지 됐나

콩고민주공화국(DR콩고)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사태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첫 발병 사례가 보고된 이후 7월 현재 기준으로 감염자는 2500명, 사망자는 1700명을 넘어섰다. 주로 인구밀도가 낮은 동부 농촌지역에서만 보고되던 발병사례가 지난 15일(현지시간)에는 인구 200만이 넘는 동부 대도시 고마에서도 발견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7일 국제 비상사태로 선포하며 국제사회의 협력을 촉구했다. 

 

 

아프리카 최대 인구국 나이지리아(약 1억9000명)로 번질 경우 2014~2016년 1만명 넘는 이들의 목숨을 앗아갔던 서아프리카(기니·시에라리온·라이베리아) 에볼라 창궐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런 가운데 DR콩고 올리 일룽가 보건장관은 대통령 직속으로 에볼라 대응기구가 신설되는 데 반발해 22일 트위터를 통해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일룽가 전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제 구호기구들이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미국 제약사 존슨 앤드 존슨의 에볼라 실험 백신을 감염자들에게 접종시키라며 압박했다고 비난했다. 국제기구의 압박도 사퇴의 배경이 되었음을 밝히고, 동시에 서구 국가들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적개심을 재차 드러낸 것이다. 서구 국가들에 대한 반감은 이미 감염지역 주민들의 백신 접종 거부, 최근 지역 무장조직의 해외 의료진 공격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에볼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사회 차원의 노력이 더욱 위태롭게 됐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올리 일룽가 전 DR콩고 보건장관

 

일룽가 전 장관은 트위터에 “구호기구들은 의료당국이 지적한 백신 관련 중요정보는 숨기면서 새 백신이 에볼라 확산 방지에 효과가 있을 거라고 홍보하고 있다”면서 “명백하게 비도덕인 행태로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존슨 앤드 존슨은 임상1상 시험을 마친 결과 효능과 안정성이 입증됐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룽가는 아직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으며 새 백신 접종으로 주민들에게 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WHO를 비롯해 국경없는 의사회(MSF) 등 국제 구호기구들은 현재 접종 중인 미국 머크사의 백신 비축량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가 기존 백신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실험 백신 접종을 촉구하고 있다. 

 

DR콩고에서 서구 국가들에 대한 불신은 이전부터 높았다. 에볼라 주요 감염지역인 동부 북(北)키부·이투리주 주민들은 서구 국가들이 수십년 내전 기간 동안에는 관심도 갖지 않다가 백신 사업으로 돈벌이를 하러 들어왔다고 본다. 다이아몬드·금·주석·콜탄 등 풍부한 자원을 노린 세력이 일부러 잘못된 정보를 퍼트려 지역 안정을 해치고 이득을 보려는 수작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특히 휴대전화 전자회로를 만드는 데 쓰이는 콜탄은 전 세계 물량의 70~80%가 키부지역에서 나온다. 의학전문저널 랜싯에는 에볼라 첫 발병 한 달 뒤인 지난해 9월 에볼라 발병지역 일대 주민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해보니 에볼라가 실제로 발생했다고 믿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이 25%를 넘었다는 연구결과가 올라왔다. 에볼라 발병을 믿지 않는 이들 중 80% 이상은 에볼라 발병이 조작됐다고 응답했다. 1700명 넘게 사망자가 발생한 현 시점에도 백신 접종을 하겠다는 비율은 채 3분의 2가 안 된다. 

 

에볼라 발병 이후 의료진·의료시설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급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WHO가 올해 세계 분쟁국가에서 의료진·의료시설 공격을 추적한 결과 6월 현재까지 DR콩고에서만 174건의 공격이 발생했다. 에볼라 첫 발병 직후 지난해 말까지 공격 건수와 비교해 3배가 늘었다. 내전이 한창인 시리아(35건), 아프가니스탄(41건)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다. 환자 공격은 채 10건이 안 된 반면, 의료진 공격은 120건을 넘겨 서구 국가들에 대한 불신과 적개심이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면역과정에서 나타나는 발열이나 두드러기에 분노해 의료진을 공격하거나, 사망자를 매장하는 인력들을 공격한 사례도 보고됐다. 돌을 던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방화와 무장공격 등 공격형태는 다양하다. 국제 국호기구들은 조제프 카빌라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북키부 지역무장조직 마이마이도 일부 공격에 가담했다고 지목했다. BBC는 에볼라 확산 방지 관련 가장 많은 돈을 기부하는 국가는 미국과 영국이지만 기부 액수가 공개될 경우 오히려 의료진·의료시설에 대한 공격이 증가할 수 있다며 국제 구호기구들이 쉬쉬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